정리.
방정리를 했다.

인도에 있던 동안 집 수리를 하고 오빠방이랑 내 방을 바꾸는 동안 내 의견따위 없이 다른 데 갈 곳 없는 것들이 대충대충 상자에 담겨서 옆에 쌓아진 상태로 있는 걸, 어떻게 손봐야 할지 무척이나 막막하기도 하고 어차피 다시 지내지 않을 방이라는 생각에 그냥 두던 걸, 한동안 안 떠나는 쪽으로 생각이 가고 있기도 해서, 또 결국은 속이 꽉 막혀 참을 수가 없어서 손을 댔다.

편지며 일기장이 있는 상자를 맨 위로 빼고, 그리고 한때 모그룹에 미쳐 있었던 기간의 기억들을 봉인해 두었던 상자를 열어 파일에 끼워져 있던 종이조각들을 하나하나 빼냈다. 언젠가 훗날에 이걸 보면 또 그 때를 추억할 수 있겠지 했었는데 그 시간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어. 아니, 스물다섯이면 이제 그럴 나이가 맞는 건가. 마구 좋아하고 나중에 보면 바보같은 물건들을 그렇게 사 모은 게 자랑은 아니었대도 어딘가에 푹 빠졌다가 그 마음이 식고 조금의 미련을 안고 담아 두었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 버리는, 또 하나의 경험을 한 거 아닌가. 사람 사귀고 헤어지는 과정도 그럴까 싶기도 하고. 그래서 멋모르고 좋다 좋다 외치던 당시의 내가 귀여워서 요만큼은 남겨 뒀다. 이마저도 나중에 또 안녕- 하는 날이 있겠지.

   
by 알랄롱 | 2009/07/28 15:53 | 트랙백 | 덧글(0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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